K바이오 '기술수출 잭팟'…올해 11兆 넘었다

입력 2021-11-17 17:22   수정 2021-11-25 16:23

‘K바이오’가 지난해 세운 기술수출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11조원을 넘겼다. 역대 최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기업과의 대면 비즈니스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신약 개발의 첫 관문인 후보물질 발굴에서도 한국 바이오기업이 세계 제약사들의 산실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진단산업에 이어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먹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고켐바이오 “1조2127억원 기술수출”

레고켐바이오는 “체코 소티오바이오텍과 5개 질환 유발 단백질 표적에 대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총 계약 규모는 1조2127억원. 레고켐바이오는 이 계약금을 선급금, 임상 전(前), 임상, 품목 허가, 판매 등 다섯 단계로 나눠 받기로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선급금과 임상 진입 전 성과금으로 348억원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각 단계에서 받는 계약금은 수령한 뒤 계약 내용에 변동이 생겨도 되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해마다 복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에 ‘플랫폼 바람’을 몰고왔다. 이 회사는 유도미사일 기능을 하는 항체에 폭탄 역할을 하는 약물을 결합시키는 ADC 기술을 갖고 있다. 겨냥하는 표적과 약물만 바꾸면 얼마든지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총 4건의 기술이전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2건은 기술이전 계약, 다른 2건은 기술이전 계약을 별도 옵션으로 걸어놓은 공동연구 형태다. 지난 6월 레고켐바이오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3개 표적에 대한 ADC 치료제의 개발·상용화 권리를 넘기면서 앞서 이 회사와 체결한 계약 규모를 4963억원에서 9200억원으로 늘렸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기술이전으로 모두 10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 최다다. 이들 계약 규모는 3조7000억원이다.
‘AI 분석’ 보로노이도 1조원대 기술이전
보로노이는 “미국 피라미드바이오에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VRN08’을 총 계약금 1조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VRN08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인자인 ‘MPS1’의 활성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낸다. 피라미드바이오는 이 물질로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 합의로 선급금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보로노이는 지금까지 3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인 오릭파마슈티컬즈와 72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올해엔 1월 국내 제약사인 HK이노엔(계약 규모 비공개)에 후보물질을 넘겼고 8월엔 나스닥 상장사 브리켈바이오텍(3800억원)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컴퓨터를 이용해 신약 개발에 쓸 수 있는 물질들의 분자 구조를 도출하는 ‘보로노믹스’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세포·동물실험 결과를 분석해 신약 후보물질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5년에서 1년6개월로 단축했다.
중국행 기술이전 3배로 늘어
두 회사의 기술수출 덕분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이날 기준 11조4041억원으로 지난해 수준(10조1488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계약 건수는 28건으로 지난해(14건)의 2배다. 단일 계약 규모로는 1월 미국 머크(MSD)에 면역세포치료제 3종을 기술이전한 GC셀이 2조9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세계 10위권 제약사와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올해 이 회사가 유일하다. 대웅제약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인 ‘펙수프라잔’으로 올해 4건의 기술수출(누적 계약 규모 9931억원)을 성사시키며 가장 많은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대상을 보면 중국 기업들의 ‘K바이오 쇼핑’이 눈에 띈다.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 계약은 지난해 3건에서 올해 1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들 사이에서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 바이오 시장이 성장하면서 유럽, 미국에 앞서 중화권을 대상으로 먼저 기술이전을 성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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